[단독]국정원, 2013년 검찰 ‘댓글수사’ 때 ‘삭제·변조’된 자료 무더기로 제출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입력 : 2017.08.08 06:00:01 수정 : 2017.08.08 06:01:04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검찰의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당시 국정원이 심리전단의 위법 행위가 담긴 4대강 사업 관련 보고서를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에 따라 검찰에 제출하면서 심리전 대상 등 일부 내용을 고의로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무렵 원세훈 전 국정원장(66)의 정치·선거 개입을 의심케 하는 국정원 부서장회의 녹취록도 주요 대목이 지워진 상태로 검찰에 전달됐다. 국정원이 누구의 지시나 묵인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무시하고 삭제·변조된 문건을 검찰에 다량 제출했는지 내부 조사나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7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2013년 국정원 심리전단의 정치·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이던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국정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해서 확보한 ‘4대강 사업=복지예산 감소 주장 강력 공박’ 보고서에는 다른 문건들과 달리 사이버심리전 대상이 누구인지가 지워져 있었다.
2010년 9월13일 작성된 이 보고서는 인터넷상에 4대강 사업이 복지예산을 감소시킨다는 주장이 유포돼 심리전단에서 트위터에 반박하는 글을 게재하고 포털 사이트에서 4대강 사업 성과를 알리는 활동을 전개했다는 내용만 있다.
이 보고서는 같은 시기 국정원이 검찰에 제출한 ‘북 천안함 진상공개장 발표 관련 공박심리전 전개’ 보고서(2010년 11월8일자)에 심리전 대상이 ‘북한과 종북 세력’이라고 원문 그대로 남아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4대강 사업 관련 보고서가 작성된 2010년은 야당에서 4대강 예산 축소와 복지예산 확대를 위해 당내에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활동하던 시기다. 검찰은 보고서상에 삭제된 심리전 대상이 ‘민주당과 환경단체’라고 강력히 의심했지만 국정원의 비협조로 최종적으로 보고서 원본을 확보하지 못했다. 국정원이 정치·선거 개입 의혹이 제기된 사업과 관련된 문건을 검찰에 제출하면서 심리전 대상이 ‘야당과 시민단체’로 적시된 부분을 일부러 은폐한 것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국정원은 “심리전단 댓글 활동은 정당한 업무였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수사에는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다. 검찰이 2013년 4월30일 국정원 본부를 압수수색할 당시 심리전단 사무실에는 업무 자료가 일부만 있었고 이마저도 핵심 내용은 지워진 상태였다.
최근 국정원 개혁을 위한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원 전 원장의 부서장회의 녹취록을 원본 형태로 복구해 검찰에 제출했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8080600015&code=940100#csidx642a210b7eccc68bc9d02ac23d77ca0




최근 덧글